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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볼거리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 어른이 되어 다시 본 감상평

by 호머그로스 2024.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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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진 않는다. 성장과정 중 징검다리 건너듯 한때 만화책을 훑어보던 시절은 있었지만 특별히 열심히 보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작품 역시 그러했다. 이미 유명한 지브리스튜디오의 작품이고 세상에 나온지 오래되었지만 색이 바래지 않은 사진처럼 남는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무렵에는 개인적으로 한창 일본어를 공부하던 시기여서, 이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일본 드라마, 영화에 심취해있었지만 특별히 애니메이션을 보고 깊은 감흥과 여운을 느끼진 못했었다.




あの夏へ / Ano Natsue (어느 여름날)




   애니메이션을 봤던 추억에 잠기기엔 결혼-임신-출산이라는 거대한 산맥을 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내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즐길 나이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작품이라 혹여나 하는 장면들이 있을까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느니 한번 더 추억에 젖는다는 기분으로 20년 전 이 작품을 최근 다시 감상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개봉했을 당시에는 그저 세상물정 모르던 어린시선으로 봐서인지 제법 다른 무게감과 의미로 다가왔기에 이제서야 정리해보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한 감상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감상평

  • 포인트 1. 클래식 활용


  사실 애니메이션 그림체와 클래식의 조합을 글자만 놓고 보자면 잘 어울리는 콤비는 아닌 것 같다. 요즘은 히사이시 조의 음악들이 워낙 대중화 되어 클래식 작품만을 무대에 올리던 오케스트라의 관중과 연주자들 연령대가 낮아지고 폭넓어지면서 히사이시 조의 영화음악들을 테마로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지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클래식 공연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이었다.

  클래식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들로 음향효과가 가미된 애니메이션들은 분명 존재했지만-미키/미니 마우스 시리즈나 톰과 제리 같은-히사이시 조 처럼 다양한 악기를 활용해 사연있는(?!) 사운드를 애니메이션에 어우러지게 만드는 작업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가장 잘하는 부분 중 한가지가 아닐까 한다.

  일본어 공부 한답시고 애니메이션을 들을 때는 딕션만 들렸는데 한발짝 물러서서 작품을 감상하니 클래식 사운드와 장면장면들이 참 잘 어우러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영화를 다시 보시려는 분들은 이미 유명한 히사이시 조의 음악과 애니메이션의 조화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삶의 지혜가 넘쳐나던 장면들

  • 포인트 2. 한국어 제목은 2% 부족한 느낌


  원래 일본어 그대로의 제목은 한국어 제목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에도 제목에 의미가 제대로 담겨있는지 여부로 논란이 있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으나, 지금에서야 보니 확실히 일본어나 영어제목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다.

  일본어 제목은 바로 위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 센과 치히로의(여기까진 정말 똑같다) 영혼숨기기(?!) 정도로 직역할 수 있는데 사실 '영혼'이라는 단어로 일본어로는 카미, 즉 신이라고 적혀있다. 일본에서의 죽음은 신으로의 환생을 의미하기도 해서인지 센이기도 치히로이기도 한 주인공 여자아이의 영혼이 사라졌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행방불명'이 맞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영문으로는 'Spirited Away', 일본어 제목과 비슷하게 영혼이 사라졌다는 의미의 제목으로 쓰여있다. 일본어든 영어든 이 제목은 영화 전반의 내용을 잘 감싸는 듯한 느낌인데 이유는 세번째 포인트로 이어진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줄거리


  • 포인트 3. 뒤를 돌아보는 자=이름을 가진 자


  이야기는 치히로가 시골마을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된다. 우연히 산길로 접어들어 목적지로 가는 길에 마주친 어딘가 묘한 돌상, 그리고 그 뒷편으로 이어진 터널에 이끌리듯 들어가는 부모와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돌상을 지나 터널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지만 숲에 혼자 남겨지는 것도 무서웠기에 어쩔 수 없이 부모와 함께 터널 너머로 가는 장면이 있다.

  본인이 있던 곳을 끝까지 돌아보고 있는 이는 주인공인 여자아이 뿐이었는데, 이 부분이 영화전반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인지 영화 포스터에서도 돼지가 되어버린 엄마아빠와 뒤를 돌아보고 있는 치히로의 모습이 가장 자주 사용되었다.

  치히로가 뒤를 돌아보는 모습은 신들의 세상(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인간세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나타내는데 목표을 이루는 과정에서 주인공과 주변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삶의 본질들도 주옥같은 장면들이니 부디 놓치지 않고 감상해보시길 추천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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