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미와 볼거리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by 호머그로스 2024. 1. 11.
반응형


  간혹 그런 책과 작가를 만난다. 지면을 통해 처음 듣는 이름이더라도 굉장히 친숙한 느낌을 받는 그런 사람과 책,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과 이 책을 쓴 정문정 작가가 그러했다. 사실 이 책은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니었다. 평소 묵직한 책들을 연달아 읽고나면 본능적으로 즐겁고 싶어지는지 어딘지 모르게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을 골라 읽곤 한다. 그러했기에 지극히 계산적으로 만났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책 전반에서 드러나는 정문정 작가의 삶은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호락호락한 삶을 살아오진 않았다. 혹자들은 모두의 인생은 한편의 소설감이라고 하던데, 저자의 삶 역시 그러했다. 선택할 수 없는 탄생 무렵의 가정환경에서 벗어나 주도적이고 진취적으로 찬란한 20대를 보내고 이젠 다소 묵직하고 편안한 30대를 살고 있다는 저자는 여러 곳에 글을 기고하고 상담을 한 경험이 다양했다. 그래서인지 글이 명료하고 깔끔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금새 읽어내려 갈 수 있는 글솜씨도 좋았다. 삶을 개척하며 깨달은 아하 모먼트들을 유려한 글솜씨와 함께 풀어썼는데 마치 친한 언니가 조용히 다독이며 얘기하는 것만 같았다.

  서울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이라는 우리나라 대중적인 인식에 근거해, 지방 대도시에서 “둘째 딸”로 나고 자라면서 소싯적 친구들에게 연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부터 어떻게든 차별받는 환경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을 보려고 서울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던 갓 스무살 무렵의 이야기는 여느 한국 젊은이들의 이야기와 맥을 함께 한다.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서울살이와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아르바이트의 연속, 그 속에서 겪은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 또는 예의없는 사람들의 응대에 너무 지쳐버린 영혼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 같은 멘트들이 이어진다. 마치 수능 속성 과외를 하듯 이런 유형의 문제는 이렇게 풀어봐, 하며 쪽집게 처럼 집어주는데 과연 충분히 발생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지혜롭게 헤쳐가는 방법을 제안하니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지 않더라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마다 생각과 성향이 다른지라 책에 등장하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결코 편안하게 들리거나 읽히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여성성 또는 사회에서의 여성들이 마주하게 되는 편견과 난관들에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같이 입사를 해도 결혼-임신-출산이라는 3 단계를 앞둔 미혼여성이 승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방법론이 굳이 다르지 않아도 되기를 바라게 된다.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에서 오는 다른점은 어찌할 수 없다지만, 인식에 따른 차이는 저자의 말처럼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래서인지 사회생활을 하며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빌런들의 등장에 히어로는 아니더라도 상황을 지혜롭게 만드는 조력자로써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들도 제시해주는데 이 책을 내가 회사원 생활을 하던 시절에 읽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고 바라게 되었다.

  정문정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사회적인 인식과 편견도 개인사와 적절히 버무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이야기 한다. 더불어 사회초년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핵심공략집과 같은 성격도 버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니 책 선물 받는 것도 역시 좋아하는데, 오히려 선물하기에는 주저하게 된다. 책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대에게 기쁨을 주는 선물이 아닐 것 같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사회초년생이라면 성별 구분없이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는 가장 공감했던 작가의 문구들 중 하나로 하려한다.

“[중략] 잘 모르니까,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 모르니까, 쉽게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것. 내가 모르는 너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 그런 역지사지를 꾸준히 해나가야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 번거롭고 어렵지만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대해주면 좋겠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반응형